자일리톨은 남대문에 살았다.

곧장 남산 밑에 닿으면, 숭례문 옆에 오래 된 지하상가가 서 있고, 상가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지하방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자일리톨은 유좀하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유좀으로 돈을 벌지 않으니, 유좀질을 해서 무엇 합니까?"

 

자일리톨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유좀질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나무 캐는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나무 캐는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인컴 늘리는 일은 못 하시나요?"

 

"인컴 늘리는 짓은 밑천이 될 자본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유좀질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나무 캐는 것도 못 한다,

인컴 늘리는 것도 못 한다면, 몰래 멀티라도 못 하시나요?"

 

자일리톨은 워크창을 닫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유좀질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일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자일리톨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러시아로 나가서 건축가를 붙들고 물었다.

"누가 러시아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자일리톨은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자일리톨은 변씨를 대하여 길에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십만 금을 뀌어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교역소로 십 만금을 내주었다. 자일리톨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자일리톨을 보니 거지였다. 하프 플레이트가 녹이 슬어 너덜너덜하고, 스피드 부츠의 뒤 굽이 덜렁덜렁하고, 양말도 신지 않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으며, 그저 어깨에 성수로 연마된 대검을 걸쳤을 뿐이었다. 자일리톨이 나가자, 모두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십 만금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은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십 만금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자일리톨은 십 만금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거리로 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새 장비를 사고파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좀비 성수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자일리톨이 대좀비 성수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세례용 성수를 쓰지 않고서는 유좀질을 못 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자일리톨에게 두 배의 값으로 대좀비 성수를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자일리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십 만금으로 온갖 성수의 값을 좌우했으니, 유럽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가죽 자켓, 바이탈리티 펜던트 따위를 모조리 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영웅질을 죄다 노가다로 해야 할 것이다."

 

자일리톨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장비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자일리톨은 늙은 장사치를 만나 말을 물었다.

 

"밖에 혹시 인컴을 늘릴만한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영국에서 수송선을 타고 북쪽으로 줄곧 가다 보니 어떤 빈 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캐나다와 스웨덴의 중간쯤 될 겁니다.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과 목재소를 늘리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장사치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수송선을 타고 가서 그 빈 섬에 이르렀다. 자일리톨은 언덕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천 평도 안 되는데 무엇을 해 보겠는가? 이벤트가 없고 까마귀가 없으니 단지 38분 레라 정도는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섬에 유럽인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하신단 말씀이오?"

장사치의 말이었다.

 

"덕(德)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유럽 전체에는 수천의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국가에서는 돌벽을 신축하고 레라를 뽑기 시작하였으나 평탄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전방국에서의 활동도 활발히 행하지 못하여 고달픈 상태였다. 자일리톨은 살더미로 둘러싸인 좀비 토굴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의 좀비가 포로 천 명을 죽이면 하나 앞에 금이 얼마씩 돌아가지요?"

 

"요새는 작방이 워낙 심해 한 푼도 안 남지요."

 

"모두 처자가 있소?"

 

"없소."

 

"살더미3는 있소?"

 

좀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처자가 있고 살더미3가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살작을 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처자를 얻고, 암흑의 오브를 사고, 살작을 하지 않는 건가? 그럼 좀비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인컴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레라에 털릴까 걱정을 않고 인비지빌리티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자일리톨은 웃으며 말했다.

"살작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스웨덴 바닷가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캐리어는 모두 금을 실은 수송선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자일리톨이 좀비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좀비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좀비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웨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자일리톨이 수십 마리의 캐리어에 금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자일리톨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자일리톨님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이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좀비들이 다투어 금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금 열개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금 열개도 못 지면서 무슨 유좀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은 유럽인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출첵 게시판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금 열개를 가지고 가서 암흑의 오브 하나, 처자 하나를 거느리고 오너라."

 

자일리톨의 말에 좀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자일리톨은 몸소 좀비들이 이동할만한 캐리어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좀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불러다가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자일리톨이 좀비를 몽땅 쓸어 가서 유럽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살더미를 짓고, 인컴을 늘리고, 인비지빌리티 업글을 했다. 본래 유좀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빠른 테크와 고수들 뺨치는 인컴으로 금을 벌어들였다. 그 중 3년 뒤의 금만 빼고 모두 미국에 가져가서 팔아 큰 이익을 챙겼다.

 

 

자일리톨은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좀비와 처자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등급제를 만들고 철저하게 유럽을 막고자 하였노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하고는 벌어들인 금 중 십 만금에 해당하는 것을 바다에 던져버리며

 

"이만한 외화가 단숨에 나라로 흘러들어오면 가뜩이나 혼란한 국가경제가 흔들릴 것이다. 나중에 바다가 마르면 건져갈 이가 있으리라"하고 유럽으로 돌아왔다.

 

 

자일리톨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여 유좀질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돈이 백만금이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자일리톨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십 만금을 실패 보지 않았소?"

 

 

자일리톨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교역소 장사치들 일이오. 십 만금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백만금을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유좀질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십 만금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자일리톨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교역소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자일리톨이 남대문 옆으로 가서 조그만 지하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시장에서 성수 파는 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지하방이 누구의 집이오?"

 

"자 생원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유좀질만 좋아 허더니, 하루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자씨라는 것을 알로,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자일리톨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십 만금을 버리고 백만금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가장 싼 워크나 쓰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씨가 자일리톨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자일리톨의 집에 양식이나 워크가 고장 날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자일리톨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금이나 나무을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금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자일리톨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유럽이란 나라는 일견 커 보이는 듯 하나 성수에 관계된 것은 이탈리아에 집중되어 있소. 무릇, 성수가 비싸 보여 십 만금으로 독점하기 어려워 보이나, 성수는 사실 독수리와 영웅과 부엉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당장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물품이니 십 만금으로 한 가지 물건만 구입하여 매점한다면 못할 것이 어디 있소. 만약 속된 교역소 장사치들이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유럽을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십 만금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자일리톨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십 만금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십 만금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겠소? 이미 십 만금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유럽에선 자체적으로 인컴을 늘려 그동안 미국 놈들의 레라를 사용해야 했었던 치욕을 씻고 국산 레라를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어찌 거기에 힘을 보태주지 않으시는지요."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유좀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라. 유럽이 거금을 투자하여 연구 개발 한다 해서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기는 힘든 것이오. 세계를 둘러보오. 이름난 근대 병영이 몇이나 되는지 세어보면 열손가락 안에 능히 셀 수 있소. 이것은 레라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하는 것이라오. 유럽이 진정 레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가격인하도 좋지만, 능히 세계에 자랑할 만한 레라 기술과 탱크 기술이 집결된 신 병력이 필요하다오. 나는 다만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구왕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다 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영국의 영웅 아델리아와 잘 아는 사이였다. 아델리아가 영국의 영웅이 되자 변씨에게 경영이나 마케팅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자일리톨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델리나는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아델리나는 비서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자일리톨을 찾아갔다. 변씨는 아델리아를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자일리톨을 보고 아델리아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자일리톨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아델리아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자일리톨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아델리아가 방에 들어와도 자일리톨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아델리아는 몸 둘 곳을 몰라 하며 영국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려 했더니, 자일리톨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플레이 시간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자리에 있느냐?"

 

"영웅이오."

 

"그렇다면 너는 영국의 신임 받는 중역이로군.

내가 프랑스의 레나우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국왕께 아뢰어서 삼고 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아델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자일리톨은 외면하다가, 아델리아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영국의 이번 레라는 혁신적인 것이기는 하나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저격수나 척탄병의 조합이 너무 적으며 보병업도 충분치 않을뿐더러 영웅의 오오라도 구현하고 있지 않으면서 미국 레라들에 비하면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처음에는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러시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손해가 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싼 레라를 책정하여 시장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아델리아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본디 레라는 미국 영웅의 오오라에 기반을 두었었기에 영국 영웅 오오라는 타 레라에 비해 공격력이 뒤지지 않을지 몰라도 속도면 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 미국 영웅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이 문제가 더욱 대두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기술적 대비책이 필요한 것이 첫째요, 무릇 개발 비용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역소를 활성화하여 한 국가에게 돈을 몰아주는 것이 빠른 레라 생산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둘째요, 유난히 벌목꾼과 노예를 천대하는 경향이 짙으나 그들에게도 충분한 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 예산을 부자들에게 걷어오면 벌목꾼의 위상이 다시 일어설 것이 셋째로다. 덤으로 초보자들도 유좀을 쉽게 연동되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아델리아는 힘없이 말했다.

 

"미국 영웅을 없앤 상황에선 이정도 속도도 최선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레라보다 낫다고 자부하지요. 또 듀토리얼은 초보자나 쓰기 때문에 개발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레라의 개발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데 어찌 타국의 레라와 견주겠습니까. 그리고 부자들의 돈을 걷는 것은 눈치를 보아야 하옵니다."

 

자일리톨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레라라는 것이 무엇이냐! 사람들이 총업만 누르면 되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해야 의미가 있거늘 타국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 해서 유저들이 만족해할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또 유좀의 역사가 깊어 초보자들은 잘 안 쓸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개발자 편의 위주의 발상이 아닌가? 그리고 레라의 개발이 정히 그리 어렵다면 타국처럼 하다못해 보급 탱크와 끼워 팔거나 철갑선의 기술을 취득하여 판매하면 될 노릇 아닌가? 게다가 미국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니 어이가 없도다. 내가 몇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레라 개발 생각이 정녕 있는 것이냐? 국산이라 하여 무조건 유저들이 사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로다. 너 같은 자는 자게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블런 소총을 찾아 위협하려 했다.

 

아델리아는 크게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자일리톨은 간 곳이 없었다. (끝)

 

출처 : 허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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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업이 작가라 이런 거 좋아합니다 ㅡㅡ;;;

허생전 패러디 자톨전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패러디 한 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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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 Uzom 클랜원입니다